판시사항】

[1]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에서 공소사실의 특정을 요구하는 취지 및 범죄 ‘일시’의 특정 정도 / 범죄의 일시·장소 등을 특정 일시나 상당한 범위 내로 특정할 수 없는 부득이한 사정이 존재하지 아니함에도 공소의 제기 혹은 유지의 편의를 위하여 범죄의 일시·장소 등을 지나치게 개괄적으로 표시함으로써 사실상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을 가져오는 경우, 공소사실이 특정된 것인지 여부(소극) / 공소사실에 특정되지 아니한 부분이 있는 경우, 법원이 취할 조치

[2] 2020. 2. 4. 법률 제16924호로 개정되어 2022. 1. 1.부터 시행된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에서 ‘그 내용을 인정할 때’의 의미 /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경우,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 중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취지의 진술 부분은 그 내용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보아야 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공소사실의 기재는 범죄의 일시, 장소와 방법을 명시하여 사실을 특정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고(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 이와 같이 공소사실의 특정을 요구하는 법의 취지는 법원에 대하여 심판의 대상을 한정하고 피고인에게 방어의 범위를 특정하여 그 방어권 행사를 쉽게 해 주기 위한 데에 있는 것이므로, 범죄의 ‘일시’는 이중기소나 시효에 저촉되는지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기재하여야 한다. 검사는 가능한 한 공소제기 당시의 증거에 의하여 이를 특정함으로써 피고인의 정당한 방어권 행사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범죄의 일시·장소 등을 특정 일시나 상당한 범위 내로 특정할 수 없는 부득이한 사정이 존재하지 아니함에도 공소의 제기 혹은 유지의 편의를 위하여 범죄의 일시·장소 등을 지나치게 개괄적으로 표시함으로써 사실상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을 가져오는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에서 정하고 있는 구체적인 범죄사실의 기재가 있는 공소장이라고 할 수 없다.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아니한 부분이 있다면, 법원은 검사에게 석명을 구하여 특정을 요구하여야 하고, 그럼에도 검사가 이를 특정하지 않는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공소를 기각할 수밖에 없다.

[2] 2020. 2. 4. 법률 제16924호로 개정되어 2022. 1. 1.부터 시행된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은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공판준비, 공판기일에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할 때에 한정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그 내용을 인정할 때’라 함은 피의자신문조서의 기재 내용이 진술 내용대로 기재되어 있다는 의미가 아니고 그와 같이 진술한 내용이 실제 사실과 부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경우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 중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취지의 진술 부분은 그 내용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보아야 한다.

【참조조문】

[1]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제327조 제2호 [2]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참조판례】

[1] 대법원 2019. 12. 24. 선고 2019도10086 판결(공2020상, 392)
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21도11454 판결
대법원 2022. 11. 17. 선고 2022도8257 판결(공2023상, 97)
[2] 대법원 2010. 6. 24. 선고 2010도5040 판결(공2010하, 1529)
대법원 2022. 7. 28. 선고 2020도15669 판결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윤대진

【원심판결】 대구지법 2023. 1. 18. 선고 2022노3872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 불특정 주장에 대한 판단

가. 공소사실의 기재는 범죄의 일시, 장소와 방법을 명시하여 사실을 특정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고(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 이와 같이 공소사실의 특정을 요구하는 법의 취지는 법원에 대하여 심판의 대상을 한정하고 피고인에게 방어의 범위를 특정하여 그 방어권 행사를 쉽게 해 주기 위한 데에 있는 것이므로, 범죄의 ‘일시’는 이중기소나 시효에 저촉되는지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기재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11. 17. 선고 2022도8257 판결 참조). 검사는 가능한 한 공소제기 당시의 증거에 의하여 이를 특정함으로써 피고인의 정당한 방어권 행사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범죄의 일시·장소 등을 특정 일시나 상당한 범위 내로 특정할 수 없는 부득이한 사정이 존재하지 아니함에도 공소의 제기 혹은 유지의 편의를 위하여 범죄의 일시·장소 등을 지나치게 개괄적으로 표시함으로써 사실상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을 가져오는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에서 정하고 있는 구체적인 범죄사실의 기재가 있는 공소장이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21도11454 판결 참조).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아니한 부분이 있다면, 법원은 검사에게 석명을 구하여 특정을 요구하여야 하고, 그럼에도 검사가 이를 특정하지 않는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공소를 기각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9. 12. 24. 선고 2019도10086 판결 참조).

나.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인은 “2021. 6. 10. 19:00경부터 같은 날 20:00경 사이에 경북 칠곡군 (주소 생략)에서 일회용 주사기에 향정신성의약품인 메트암페타민 약 0.05g을 넣고 생수로 희석해 자신의 오른팔에 주사하는 방법으로 이를 투약하였다.”라는 등의 범죄사실로 2021. 10. 19. 징역 2년을 선고받아 2022. 4. 7. 그 판결(이하 ‘선행판결’이라 한다)이 확정되었다.

2)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2021. 3.경부터 같은 해 6월경 사이에 경북 칠곡군 (주소 생략)에서 일회용 주사기에 향정신성의약품인 메트암페타민 약 0.05g을 넣고 생수로 희석하여 자신의 오른팔에 주사하는 방법으로 총 2회에 걸쳐 이를 투약하였다.”라는 것이다.

3) 피고인에 대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에는 피고인이 2021. 3.경부터 같은 해 6. 10. 19:00경 사이에 공소사실과 같은 방법으로 메트암페타민을 2회 투약하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선행판결의 범죄사실과 이 사건 공소사실의 범행 장소와 방법이 동일하고 범행 일시가 겹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 경우 선행판결의 범죄사실과 이 사건 공소사실 중 1회 투약 부분은 사실관계가 동일하다고 평가되어 선행판결의 효력이 이 사건 공소사실에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사건 공소사실의 ‘일시’ 기재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이 선행판결의 범죄사실과 동일한지 판단할 수 없어 심판의 대상이나 방어의 범위가 특정되었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인에 대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의 진술 기재대로 범죄 일시를 특정할 수 없는 부득이한 사정이 보이지도 않는다.

라.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검사에게 석명을 구하여 범행일시에 관하여 공소사실을 특정하도록 요구하여야 하고 그럼에도 특정하지 않는다면 공소를 기각하였어야 하는데 원심은 유죄의 실체판단을 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조치에는 공소사실 특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2. 피고인에 대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에 대한 판단

가. 원심은 피고인에 대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증거기록 제322면 이하) 등을 종합하여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나. 2020. 2. 4. 법률 제16924호로 개정되어 2022. 1. 1.부터 시행된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은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공판준비, 공판기일에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할 때에 한정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그 내용을 인정할 때’라 함은 피의자신문조서의 기재 내용이 진술 내용대로 기재되어 있다는 의미가 아니고 그와 같이 진술한 내용이 실제 사실과 부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2010. 6. 24. 선고 2010도5040 판결대법원 2022. 7. 28. 선고 2020도15669 판결 등 참조). 따라서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경우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 중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취지의 진술 부분은 그 내용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보아야 한다.

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제1심에서 선행판결의 범죄사실 외에는 공소사실의 일시에 메트암페타민을 투약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공소사실을 부인하였으므로 위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중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취지의 진술 내용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제1심 공판조서의 일부인 증거목록에 피고인이 제1심 제2회 공판기일에서 위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에 동의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는 것은 착오 기재이거나 피고인이 그 조서 내용과 같이 진술한 사실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것을 ‘동의’로 조서를 잘못 정리한 것으로 이해될 뿐 이로써 위 검찰 피의자신문조서가 증거능력을 가지게 되는 것은 아니다(나.항 각 대법원판결 참조).

라. 그렇다면 원심이 위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이 있다고 본 것은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이 정하는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3. 피고인의 자백 여부에 대한 판단

가. 원심은 피고인이 원심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자백하였다고 보아 ‘피고인의 원심 법정진술’을 유죄의 증거로 삼았다.

나.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인은 원심 제1회 공판기일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한다.”라고 진술하였다. 그러나 위 진술에 이어 곧바로 “피고인이 메트암페타민을 1회 투약한 것으로 공소장을 변경하였음에도 제1심은 이를 간과하였다.”라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다.

2) 한편 피고인은 제1심에서 위와 같이 선행판결의 범죄사실 외에는 공소사실의 일시에 메트암페타민을 투약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제1심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자 항소한 후 2022. 11. 14. 공소사실을 인정한다고 하면서 “제1심 공판검사가 투약횟수를 2회에서 1회로 정정하였다.”라는 취지의 내용이 기재된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였다. 피고인은 이어 2022. 12. 1.과 2022. 12. 9. “투약횟수가 1회이다. 이에 맞게 추징금도 달라져야 한다.”라는 취지의 반성문을 제출하였다. 그리고 2022. 12. 14. 원심 제1회 공판기일에서 위 항소이유서와 “제1심 공판검사가 투약횟수를 2회에서 1회로 정정하였다.”라는 취지의 내용이 기재된 변론요지서를 진술하고, 이어서 1)항과 같이 진술하였다.

다. 위와 같은 제1심에서 피고인의 주장과, 원심 제1회 공판기일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한다고 진술하기 전후로 피고인이 주장하였던 내용에다가, 앞서 보았듯이 이 사건 공소사실이 선행판결의 범죄사실과 동일한지 판단할 수 없어 심판의 대상이나 방어의 범위가 특정되었다고 볼 수 없었던 사정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의 진술을 공소사실 일시에 선행판결의 범죄사실과 별도로 메트암페타민을 2회 투약하였다고 자백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대법원 1990. 4. 27. 선고 89도1569 판결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7도10599 판결 등 참조).

라. 그렇다면 원심이 피고인의 원심 법정진술을 공소사실 모두에 대한 자백으로 본 것은 자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