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소송판결의 기판력이 미치는 범위
[2] ‘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긴급조치’(긴급조치 제9호) 위반을 이유로 유죄판결을 받아 복역한 甲이 국가를 상대로 긴급조치 제9호에 따라 체포·구금되어 가혹행위를 당하는 등의 과정에서 입은 정신적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국가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가, 甲이 구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보상금 지급결정에 동의함으로써 같은 법 제18조 제2항에 따라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각하판결이 내려져 확정되었는데, 그 후 헌법재판소가 위 조항의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 중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관한 부분은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하자, 甲이 다시 국가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한 사안에서, 위 소가 각하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되어 부적법하다는 국가의 본안전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은 원심판단을 정당하다고 한 사례
[3] ‘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긴급조치’(긴급조치 제9호)의 발령·적용·집행으로 강제수사를 받거나 유죄판결을 선고받고 복역함으로써 개별 국민이 입은 손해에 대하여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는지 여부(적극)
[4]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제2조 제1항 제3호의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 같은 항 제4호의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서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입은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청구권에 민법 제766조 제2항에 따른 장기소멸시효가 적용되는지 여부(소극)
[5] 국가배상청구권에 관한 3년의 단기시효기간은 민법 제766조 제1항에서 정한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에 더하여 민법 제166조 제1항에서 정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가 도래하여야 시효가 진행하는지 여부(적극)
[6]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를 산정할 때 참작하여야 할 요소

【판결요지】

[1] 소송판결의 기판력은 그 판결에서 확정한 소송요건의 흠결에 관하여 미치는 것이지만, 당사자가 그러한 소송요건의 흠결이 보완된 상태에서 다시 소를 제기한 경우에는 그 기판력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
[2] ‘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긴급조치’(이하 ‘긴급조치 제9호’라 한다) 위반을 이유로 유죄판결을 받아 복역한 甲이 국가를 상대로 긴급조치 제9호에 따라 체포·구금되어 가혹행위를 당하는 등의 과정에서 입은 정신적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국가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가, 甲이 구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2015. 5. 18. 법률 제1328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 따른 보상금 지급결정에 동의함으로써 같은 법 제18조 제2항에 따라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각하판결이 내려져 확정되었는데, 그 후 헌법재판소가 위 조항의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 중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관한 부분은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하자, 甲이 다시 국가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한 사안에서, 위헌결정은 법원에 대하여 기속력이 있고 이로써 선행소송의 각하판결에서 확정한 소송요건의 흠결이 보완되었다고 보아 위 소가 각하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되어 부적법하다는 국가의 본안전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은 원심판단을 정당하다고 한 사례.
[3] ‘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긴급조치’(이하 ‘긴급조치 제9호’라 한다)는 위헌·무효임이 명백하고 긴급조치 제9호 발령으로 인한 국민의 기본권 침해는 그에 따른 강제수사와 공소제기, 유죄판결의 선고를 통하여 현실화되었다. 이러한 경우 긴급조치 제9호의 발령부터 적용·집행에 이르는 일련의 국가작용은, 전체적으로 보아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여 그 직무행위가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평가되고, 긴급조치 제9호의 적용·집행으로 강제수사를 받거나 유죄판결을 선고받고 복역함으로써 개별 국민이 입은 손해에 대해서는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4] 헌법재판소는 2018. 8. 30. 민법 제166조 제1항제766조 제2항 중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하 ‘과거사정리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항 제3호의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 같은 항 제4호의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 적용되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따라서 과거사정리법상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서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입은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청구권에 대해서는 민법 제766조 제2항에 따른 장기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
[5] 국가배상청구권에 관한 3년의 단기소멸시효기간 기산에는 민법 제766조 제1항 외에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관한 일반규정인 민법 제166조 제1항이 적용된다. 따라서 3년의 단기소멸시효기간은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에 더하여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가 도래하여야 비로소 시효가 진행한다.
[6]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를 산정할 경우, 피해자의 연령, 직업, 사회적 지위, 재산과 생활상태, 피해로 입은 고통의 정도, 피해자의 과실 정도 등 피해자 측의 사정과 아울러 가해자의 고의·과실의 정도, 가해행위의 동기와 원인, 불법행위 후의 가해자의 태도 등 가해자 측의 사정까지 함께 참작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부담이라는 손해배상의 원칙에 부합하고, 법원은 이러한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그 직권에 속하는 재량에 의하여 위자료 액수를 확정할 수 있다.

【참조조문】

[1] 민사소송법 제216조제218조
[2] 민사소송법 제216조제218조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민법 제751조구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2015. 5. 18. 법률 제1328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8조 제2항헌법재판소법 제47조
[3]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4]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제8조민법 제166조 제1항제766조국가재정법 제96조 제2항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제2조 제1항 제3호제4호
[5]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제8조민법 제166조 제1항제766조 제1항
[6] 민법 제751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03. 4. 8. 선고 2002다70181 판결(공2003상, 1084) / [3] 대법원 2022. 8. 30. 선고 2018다212610 전원합의체 판결(공2022하, 1965) / [4] 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8다233686 판결(공2020상, 16), 헌법재판소 2018. 8. 30. 선고 2014헌바148, 162, 219, 466, 2015헌바50, 440, 2014헌바223, 290, 2016헌바419 전원재판부 결정(헌공263, 1394) / [5] 대법원 2012. 4. 13. 선고 2009다33754 판결(공2012상, 759) / [6] 대법원 1999. 4. 23. 선고 98다41377 판결(공1999상, 998), 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19다276307 판결(공2021상, 141)

【전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우리하나로 담당변호사 성상희 외 9인)

【피고, 상고인】

대한민국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20. 9. 10. 선고 2019나54629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준비서면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육군 하사로 근무하던 1976. 3. 10.경 영장 없이 중앙정보부 부산분실 지하실로 연행되어 구금된 상태로 조사를 받은 뒤 ‘유언비어 표현물 「오적」을 유포하였다.’는 내용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다. 이후 원고는 제1심(군수사령부보통군법회의 76보군형공 제25호), 항소심(육군고등군법회의 76년 고군형항 제466호), 환송 후 제1심(군수사령부보통군법회의 76보군형공 제77호)을 거쳐 1977. 2. 16. 재항소심(육군고등군법회의 76년 고군형항 제1217호)에서 「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 긴급조치」(1975. 5. 13. 대통령 긴급조치 제9호로 제정되고, 1979. 12. 7. 대통령공고 제67호로 해제된 것, 이하 ‘긴급조치 제9호’라 한다) 위반을 이유로 징역 1년, 자격정지 1년의 유죄판결을 선고받아 그 무렵 판결이 확정되었다.
 
나.  원고는 위와 같이 체포된 이후 유죄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중앙정보부 직원들이나 헌병대에 의하여 잦은 구타와 폭행 등의 가혹행위를 당하였고, 형사재판이 시작될 때까지 공소사실의 내용과 국선변호인 선임 사실을 몰랐으며, 1977. 3. 10. 형 집행 종료를 이유로 석방될 때까지 총 366일간 구금되었다.
 
다.  원고는 2005. 9. 12. 구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2015. 5. 18. 법률 제1328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민주화보상법’이라 한다)에 따라 보상심의위원회로부터 민주화운동 관련자 인정 및 보상금 등 지급결정을 받고 2005. 9. 23. 위 지급결정에 동의하여 2005. 9. 27. 생활지원금 14,500,380원을 지급받았다.
 
라.  원고는 2013. 3. 11. 유죄판결에 대한 재심을 청구하여 2013. 4. 26. 재심개시결정을 받은 뒤 2013. 7. 26. 무죄판결을 선고받았고, 위 재심무죄판결은 2013. 8. 3. 그대로 확정되었다[부산고등법원 (창원)2013재노1].
 
마.  원고는 2013. 9. 13. 피고를 상대로 긴급조치 제9호에 따라 체포·구금되어 가혹행위를 당하는 등의 과정에서 입은 정신적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국가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이하 ‘이 사건 선행소송’이라 한다). 그러나 제1심은 2015. 11. 12. ‘원고가 보상심의위원회의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동의함으로써 구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에 따라 원고가 입은 피해 일체에 대하여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원고의 소는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각하판결을 하였고(서울중앙지방법원 2013가합542960), 이는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15나2068452)과 상고심(대법원 2018다217882)을 거쳐 2018. 5. 15. 그대로 확정되었다.
 
바.  원고는 2019. 2. 22. 다시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국가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2.  권리보호의 이익 관련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소송판결의 기판력은 그 판결에서 확정한 소송요건의 흠결에 관하여 미치는 것이지만, 당사자가 그러한 소송요건의 흠결이 보완된 상태에서 다시 소를 제기한 경우에는 그 기판력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대법원 2003. 4. 8. 선고 2002다70181 판결 등 참조).
구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은 “이 법에 의한 보상금 등의 지급결정은 신청인이 동의한 때에는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에 대하여 민사소송법의 규정에 의한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본다.”라고 정하고 있었으나,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선행소송에서 각하판결이 확정된 후인 2018. 8. 30. 위 조항의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 중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관한 부분은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헌법재판소 2018. 8. 30. 선고 2014헌바180 등 전원재판부 결정, 이하 ‘이 사건 위헌결정’이라 한다)을 선고하였다. 이 사건 위헌결정은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 중 일부인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 부분을 위헌으로 선언함으로써 그 효력을 상실시켜 구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의 일부가 폐지되는 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오는 결정으로서 법원에 대한 기속력이 있다. 따라서 구 민주화보상법에 따른 보상금 등을 받더라도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대해서는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볼 근거가 사라졌다(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19다249589 판결, 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19다2049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위헌결정은 법원에 대하여 기속력이 있고 이로써 이 사건 선행소송의 각하판결에 확정된 소송요건의 흠결이 보완되었다고 보아, 이 사건 소가 위 각하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되어 부적법하다는 피고의 본안전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앞서 본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고, 거기에 권리보호의 이익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국가배상책임 성립 관련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긴급조치 제9호는 위헌·무효임이 명백하고 긴급조치 제9호 발령으로 인한 국민의 기본권 침해는 그에 따른 강제수사와 공소제기, 유죄판결의 선고를 통하여 현실화되었다. 이러한 경우 긴급조치 제9호의 발령부터 적용·집행에 이르는 일련의 국가작용은, 전체적으로 보아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여 그 직무행위가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평가되고, 긴급조치 제9호의 적용·집행으로 강제수사를 받거나 유죄판결을 선고받고 복역함으로써 개별 국민이 입은 손해에 대해서는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대법원 2022. 8. 30. 선고 2018다21261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앞서 본 사실관계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는 원고가 수사기관으로부터 구타나 가혹행위 등을 당한 개별적인 불법행위뿐만 아니라 위헌·무효인 긴급조치 제9호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체포·구금되어 수사를 받고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선고받아 형을 복역함으로써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하여도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 따른 국가배상책임을 부담한다. 마찬가지 취지에서 피고의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국가배상책임의 성립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4.  소멸시효 관련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헌법재판소는 2018. 8. 30. 민법 제166조 제1항, 제766조 제2항 중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하 ‘과거사정리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항 제3호의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 같은 항 제4호의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 적용되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헌법재판소 2018. 8. 30. 선고 2014헌바148 등 전원재판부 결정). 따라서 과거사정리법상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서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입은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청구권에 대해서는 민법 제766조 제2항에 따른 장기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8다233686 판결 등 참조).
긴급조치 제9호의 발령·유지에서 적용·집행에 이르는 일련의 불법행위로 인한 기본권침해 관련 사건은 과거사정리법상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에 대하여는 민법 제766조 제1항에서 정한 단기소멸시효만이 문제 된다.
 
나.  민법 제166조 제1항은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한다.”라고, 제766조 제1항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라고 각 정한다.
국가배상청구권에 관한 3년의 단기소멸시효기간 기산에는 민법 제766조 제1항 외에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관한 일반규정인 민법 제166조 제1항이 적용된다. 따라서 3년의 단기소멸시효기간은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에 더하여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가 도래하여야 비로소 시효가 진행한다(대법원 2012. 4. 13. 선고 2009다33754 판결 참조).
 
다.  원고가 긴급조치 제9호 위반 혐의로 체포·구속되어 유죄판결이 확정되었다가 재심절차를 거쳐 무죄판결이 확정되었으나 이 사건 위헌결정이 선고되기 전 이 사건 선행소송이 진행되어 각하판결이 확정된 점, 긴급조치 제9호에 대한 위헌·무효 판단 이후에도 불법행위에 대한 국가배상청구를 원칙적으로 제한했던 대법원 판례의 존재,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보상금 등 지급결정 동의에 재판상 화해의 효력을 인정하던 구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과 그에 대한 이 사건 위헌결정 선고, 이 사건 위헌결정이 선고되어 이 사건 선행소송의 각하판결에 확정된 소송요건의 흠결이 보완된 상태에서 바로 이 사건 소가 제기된 점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소 제기 당시까지도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긴급조치 제9호에 기한 일련의 국가작용으로 인한 불법행위로 발생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어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23. 1. 12. 선고 2020다210976 판결, 대법원 2023. 1. 12. 선고 2021다201184 판결 참조).
 
라.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유 설시에 다소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으나, 피고의 단기소멸시효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은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고, 거기에 국가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에 관한 법리오해, 이유모순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5.  위자료 산정 관련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를 산정할 경우, 피해자의 연령, 직업, 사회적 지위, 재산과 생활상태, 피해로 입은 고통의 정도, 피해자의 과실 정도 등 피해자 측의 사정과 아울러 가해자의 고의·과실의 정도, 가해행위의 동기와 원인, 불법행위 후의 가해자의 태도 등 가해자 측의 사정까지 함께 참작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부담이라는 손해배상의 원칙에 부합하고, 법원은 이러한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그 직권에 속하는 재량에 의하여 위자료 액수를 확정할 수 있다(대법원 1999. 4. 23. 선고 98다41377 판결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19다276307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판시와 같은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할 위자료를 정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을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위자료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6.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