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일부무효 법리를 정한 민법 제137조에서 ‘당사자의 의사’의 의미 / 여러 개의 계약 전부가 경제적, 사실적으로 일체로서 행하여져 하나의 계약인 것과 같은 관계에 있는 경우, 법률행위의 일부무효 법리가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및 이때 계약 전부가 일체로서 하나의 계약인 것과 같은 관계에 있는지 판단하는 방법
[2] 甲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주택재개발사업을 시행하기 위해 乙 주식회사를 시공사로 선정하는 결의를 한 후, 乙 회사와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乙 회사가 甲 추진위원회에 정비사업 시행을 위하여 소요되는 자금을 대여하는 내용의 소비대차약정을 체결하였는데, 시공사 선정결의와 공사도급계약이 무효가 되어 소비대차약정도 무효가 되는지 문제 된 사안에서, 제반 사정에 비추어 甲 추진위원회와 乙 회사는 공사도급계약과 소비대차약정을 체결할 당시 공사도급계약이 무효로 된다고 하더라도 소비대차약정을 체결, 유지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는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심리미진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법률행위의 일부분이 무효인 때에는 그 전부를 무효로 하나, 그 무효 부분이 없더라도 법률행위를 하였을 것이라고 인정될 때에는 나머지 부분은 무효가 되지 아니한다(민법 제137조). 여기서 당사자의 의사는 법률행위의 일부가 무효임을 법률행위 당시에 알았다면 의욕하였을 가정적 효과의사를 가리키는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법률행위의 일부무효 법리는 여러 개의 계약이 체결된 경우에 그 계약 전부가 경제적, 사실적으로 일체로서 행하여져서 하나의 계약인 것과 같은 관계에 있는 경우에도 적용된다. 이때 그 계약 전부가 일체로서 하나의 계약인 것과 같은 관계에 있는 것인지의 여부는 계약 체결의 경위와 목적 및 당사자의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2] 甲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주택재개발사업을 시행하기 위해 乙 주식회사를 시공사로 선정하는 결의를 한 후, 乙 회사와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乙 회사가 甲 추진위원회에 정비사업 시행을 위하여 소요되는 자금을 대여하는 내용의 소비대차약정을 체결하였는데, 시공사 선정결의와 공사도급계약이 무효가 되어 소비대차약정도 무효가 되는지 문제 된 사안에서, 甲 추진위원회와 乙 회사는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이루어진 시공사 선정결의의 법적 효력이 분명하지 않아 공사도급계약이 무효로 될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였고 거기에 소비대차약정도 포함시킨 점, 甲 추진위원회와 乙 회사는 공사도급계약이 무효가 된다고 하더라도 장차 조합이 설립되면 조합 총회 결의를 통하여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이루어진 시공사 선정결의나 공사도급계약이 유효로 될 수 있다는 사정을 염두에 두었다고도 볼 수 있는 점, 乙 회사는 시공사 선정결의에 관하여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가 계속 중인데도 지속적으로 甲 추진위원회에 금전을 대여하고 일부 대여금에 관하여는 추가로 소비대차계약 공정증서를 작성받기도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甲 추진위원회와 乙 회사는 공사도급계약과 소비대차약정을 체결할 당시 공사도급계약이 무효로 된다고 하더라도 소비대차약정을 체결, 유지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는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심리미진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137조
[2] 민법 제75조 제1항제105조제137조제598조제664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06. 7. 28. 선고 2004다54633 판결(공2006하, 1517), 대법원 2013. 4. 26. 선고 2011다9068 판결(공2013상, 918), 대법원 2022. 3. 17. 선고 2020다288375 판결(공2022상, 690)

【전문】

【원고, 상고인】

현대건설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세종 담당변호사 남영수 외 2인)

【피고, 피상고인】

피고 1 외 10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천지인 담당변호사 박세윤 외 3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9. 4. 9. 선고 2017나2016790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뒤에 제출된 서면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의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제1심 공동피고 신림4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이하 ‘이 사건 추진위원회’라 한다)는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05. 3. 18. 법률 제739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3조에 따라 서울 관악구 (주소 생략) 일대에 주택재개발사업(이하 ‘이 사건 정비사업’이라 한다)을 시행할 조합을 설립하고자 구성되어 2004. 6. 25. 관할 관청으로부터 설립승인을 받았다.
 
나.  이 사건 추진위원회는 2006. 7. 25. 주민총회를 개최하여 원고를 시공사로 선정하는 결의(이하 ‘이 사건 시공사 선정결의’라 한다)를 하였다.
 
다.  이 사건 추진위원회는 2006. 9. 26. 원고와 이 사건 정비사업에 관하여 공사도급(가)계약(이하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 일반조건 제15조는 원고가 이 사건 추진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이 사건 추진위원회에 이 사건 정비사업의 시행을 위하여 소요되는 자금을 대여한다고 정하고 있다(이하 ‘이 사건 소비대차약정’이라 한다). 피고들은 제1심 공동피고 소외인과 함께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에 따른 이 사건 추진위원회의 채무를 연대보증하였다.
 
라.  원고는 2006. 11. 24.부터 2010. 7. 15.까지 이 사건 소비대차약정에 따라 이 사건 추진위원회에 수차례에 걸쳐 합계 3,450,937,380원을 대여하였다. 이 사건 추진위원회는 그중 일부 대여금에 관하여 다시 원고와 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원고에게 공정증서를 작성해 주었으며 피고들 중 일부는 이에 따른 채무를 연대보증하였다.
 
마.  한편 이 사건 정비사업의 정비구역 내 토지 등 소유자가 이 사건 추진위원회를 상대로 이 사건 시공사 선정결의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2010. 11.경 ‘이 사건 시공사 선정결의가 무효임을 확인한다.’는 취지의 화해권고결정(서울고등법원 2010나46574)과 판결(서울고등법원 2010나49757)이 각각 확정되었다.
 
2.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이 사건 시공사 선정결의가 무효인 이상 이를 전제로 하는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도 무효라는 점에 대하여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 다툼이 없다. 이 사건 소비대차약정은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 내에 포함되었고 원고와 이 사건 추진위원회가 이 사건 소비대차약정을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과 별개로 체결할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므로 이 사건 소비대차약정 역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피고들은 원고에 대하여 연대보증채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3.  위와 같은 원심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가.  법률행위의 일부분이 무효인 때에는 그 전부를 무효로 하나, 그 무효 부분이 없더라도 법률행위를 하였을 것이라고 인정될 때에는 나머지 부분은 무효가 되지 아니한다(민법 제137조). 여기서 당사자의 의사는 법률행위의 일부가 무효임을 법률행위 당시에 알았다면 의욕하였을 가정적 효과의사를 가리키는 것이다(대법원 2013. 4. 26. 선고 2011다9068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이와 같은 법률행위의 일부무효 법리는 여러 개의 계약이 체결된 경우에 그 계약 전부가 경제적, 사실적으로 일체로서 행하여져서 하나의 계약인 것과 같은 관계에 있는 경우에도 적용된다. 이때 그 계약 전부가 일체로서 하나의 계약인 것과 같은 관계에 있는 것인지의 여부는 계약 체결의 경위와 목적 및 당사자의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06. 7. 28. 선고 2004다54633 판결대법원 2022. 3. 17. 선고 2020다288375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의 이유를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과 이 사건 소비대차약정이 경제적, 사실적으로 일체로서 행하여져 하나의 계약인 것 같은 관계에 있다고 인정되더라도 이 사건 소비대차약정이 여전히 유효라고 볼 여지가 크다. 구체적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2002. 12. 30. 법률 제6852호로 제정된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으로 조합설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원회’라 한다)의 법적 지위와 기능에 관한 조항이 마련되었다. 그러나 거기에 정비사업에 관한 시공사 선정이 추진위원회의 기능으로 포함되지 않았으므로 추진위원회에 의한 시공사 선정이 유효하다고 볼 수 있을지 여부가 분명하지 않았다. 이 사건 추진위원회는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 체결 전인 2006. 9. 18.경 관할 관청으로부터 ‘추진위원회에서의 시공사 선정은 법적 효력이 없는 것’이라는 안내를 받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원고와 이 사건 추진위원회는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이루어진 시공사 선정결의의 법적 효력이 분명하지 않아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이 무효로 될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였고 거기에 이 사건 소비대차약정도 포함시켰으며 이에 기초하여 그 무렵부터 2010. 7. 15.경까지 수차례에 걸쳐 금전 대여관계를 맺어 왔다.
2)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이루어진 시공사 선정결의가 무효라 하더라도 조합 설립 후 조합 총회에서 추진위원회가 한 시공사 선정을 추인하는 결의를 할 수 있다. 이러한 결의로 추진위원회가 한 시공사 선정은 유효하게 된다. 이 사건에서도 원고와 이 사건 추진위원회는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이 무효가 된다고 하더라도 장차 조합이 설립되면 조합 총회 결의를 통하여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시공사 선정결의나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이 유효로 될 수 있다는 사정을 염두에 두었다고도 볼 수 있다.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체결된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이 무효가 될 것인지 여부에 관계없이 원고와 이 사건 추진위원회가 이 사건 소비대차약정에 따라 자금 대여관계를 유지하였다는 의사해석이 충분히 가능하다.
3) 더구나 원고는 이 사건 시공사 선정결의에 관하여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가 계속 중인 2010. 7. 15.까지도 지속적으로 이 사건 추진위원회에 금전을 대여하고 일부 대여금에 관하여는 추가로 소비대차계약 공정증서를 작성받기도 하였다. 위 소비대차계약 공정증서에는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의 해약이 기한의 이익 상실에 따른 이행기 도래 사유로 정해져 있을 뿐이다.
4)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와 이 사건 추진위원회는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과 이 사건 소비대차약정을 체결할 당시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이 무효로 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소비대차약정을 체결, 유지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
 
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원심으로서는 원고와 이 사건 추진위원회에게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이 무효로 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소비대차약정을 체결, 유지할 의사가 인정될 수 있는지 등을 심리하여 이 사건 소비대차약정의 유효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했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러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에 이 사건 소비대차약정이 포함되어 체결되었다는 사정과 이 사건 정비사업의 시공사 선정과 이 사건 소비대차약정 사이에 관련성이 있다는 사정만을 근거로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과 함께 이 사건 소비대차약정도 무효가 된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일부 무효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그러므로 원고의 예비적 청구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는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