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민법 제109조 제1항 단서에서 정한 ‘중대한 과실’의 의미 / 의사표시의 상대방이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용한 경우, 착오가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이라도 표의자가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2] 한국거래소가 설치한 파생상품시장에서 이루어지는 파생상품거래와 관련하여 상대방이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용하였는지 판단하는 방법 / 표의자가 제출한 호가가 시장가격에 비추어 이례적이라는 사정만으로 상대방이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용하였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3]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른 금융투자업자인 갑 주식회사가 자신의 파생상품거래 시스템에 을 주식회사로부터 사용권을 구매한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 을 회사 소속 직원에게 이자율 등 변수를 입력하도록 하여 입력된 조건에 따라 위 소프트웨어에 의해 자동으로 호가가 생성·제출되는 방식으로 한국거래소가 설치한 파생상품시장에서 파생상품거래를 하였는데, 을 회사 소속 직원이 위 소프트웨어에 입력할 변수 중 이자율을 계산하기 위한 설정 값을 잘못 입력하여 병 외국법인과 시장가격에 비추어 이례적인 가격으로 다수의 파생상품거래가 체결되자, 병 회사를 상대로 착오를 이유로 위 매매거래를 취소한다는 의사표시를 하고 부당이득반환을 구한 사안에서, 위 매매거래에 관한 갑 회사의 착오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이고, 병 회사가 갑 회사의 착오를 이용하여 위 매매거래를 체결하였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갑 회사가 착오를 이유로 위 매매거래를 취소할 수 없다고 본 원심판단을 정당하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민법 제109조 제1항은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같은 항 단서에서 그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때에는 취소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중대한 과실’이란 표의자의 직업, 행위의 종류, 목적 등에 비추어 보통 요구되는 주의를 현저히 결여한 것을 의미한다. 한편 위 단서 규정은 표의자의 상대방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상대방이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를 이용한 경우에는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표의자는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

[2] 한국거래소가 설치한 파생상품시장에서 이루어지는 파생상품거래와 관련하여 상대방 투자중개업자나 그 위탁자가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용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파생상품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되고 계약이 체결되는 방식, 당시의 시장 상황이나 거래관행, 거래량, 관련 당사자 사이의 구체적인 거래형태와 호가 제출의 선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단순히 표의자가 제출한 호가가 당시 시장가격에 비추어 이례적이라는 사정만으로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용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3]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이라고 한다)에 따른 금융투자업자인 갑 주식회사가 자신의 파생상품거래 시스템에 을 주식회사로부터 사용권을 구매한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 을 회사 소속 직원에게 이자율 등 변수를 입력하도록 하여 입력된 조건에 따라 위 소프트웨어에 의해 자동으로 호가가 생성·제출되는 방식으로 한국거래소가 설치한 파생상품시장에서 파생상품거래를 하였는데, 을 회사 소속 직원이 위 소프트웨어에 입력할 변수 중 이자율을 계산하기 위한 설정 값을 잘못 입력하여 병 외국법인과 시장가격에 비추어 이례적인 가격으로 다수의 파생상품거래가 체결되자, 병 회사를 상대로 착오를 이유로 위 매매거래를 취소한다는 의사표시를 하고 부당이득반환을 구한 사안에서, 갑 회사는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업자로서 파생상품거래 시스템에 호가를 입력하기 전에 호가의 적합성 등을 점검해야 할 의무가 있고, 금융투자상품의 매매를 위한 호가제시 업무는 자본시장법상 투자매매업자에게만 위탁할 수 있음에도 이를 위반하여 투자매매업자가 아닌 을 회사의 직원에게 호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치를 입력하도록 한 점 등에 비추어 위 매매거래에 관한 갑 회사의 착오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이고, 위 매매거래는 가격우선 및 시간우선 원칙이 적용되는 접속거래에 따라 체결되었으며 체결가격이 각 매매마다 호가에 따라 결정되었는데, 병 회사는 위 매매거래 중 상당 부분에 대하여 파생상품시장 개장 전에 호가를 제출하였고, 개장 후 호가를 제출한 부분도 위 소프트웨어와 유사한 알고리즘거래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제출한 것으로 보이는 점, 개인투자자 중에는 투기적 성향의 투자자가 존재하고 기관투자자들도 이러한 투기적 수요에 부응하여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외가격 옵션거래가 이루어지는 점, 병 회사가 매매거래일 전후 일정 기간 계속하여 위 매매거래와 동일한 방식으로 호가를 제시하여 왔는데, 순위험증거금액 제도를 고려할 때 병 회사의 호가가 우연히 발생할지도 모르는 갑 회사의 착오를 이용할 목적으로 사전에 마련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병 회사가 갑 회사의 착오를 이용하여 위 매매거래를 체결하였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갑 회사가 착오를 이유로 위 매매거래를 취소할 수 없다고 본 원심판단을 정당하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109조 제1항 [2] 민법 제109조 제1항 [3] 민법 제109조 제1항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42조 제4항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47조 제1항 제1호 (나)목

【참조판례】

[1] 대법원 1955. 11. 10. 선고 4288민상321 판결
대법원 1997. 8. 22. 선고 96다26657 판결(공1997하, 2786)
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다70884 판결(공2003상, 1169)
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3다49794 판결(공2015상, 9)

【전 문】

【원고, 상고인】 한맥투자증권 주식회사의 소송수계인 파산채무자 한맥투자증권 주식회사의 파산관재인 예금보험공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광장 담당변호사 송은희 외 2인)

【피고, 피상고인】 캐시아 캐피탈 피티이 엘티디(Cassia Capital Pte. Ltd.)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세종 담당변호사 김대식 외 3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7. 4. 7. 선고 2015나2055371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뒤에 제출된 참고자료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1) 한맥투자증권 주식회사(이하 ‘한맥투자증권’이라고 한다)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이라고 한다)에 따른 금융투자업자로서, 주식회사 한국거래소(이하 ‘한국거래소’라고 한다)의 회원이다. 한맥투자증권은 이 사건 소 제기 이후 파산선고를 받았고,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된 예금보험공사가 이 사건 소송을 수계하였다.

2) 피고는 싱가포르 법인으로 한국거래소가 개설한 파생상품시장에서 매매거래를 하기 위하여 자본시장법상 복수의 투자중개업자들에게 매매거래를 위탁하고, 파생상품계좌를 개설하였다.

나. 주가지수옵션에 관한 매매계약 체결의 경위

1) 한맥투자증권은 자신의 파생상품거래 시스템에 주식회사 와이즈시스템트레이딩(이하 ‘와이즈시스템’이라고 한다)으로부터 사용권을 구매한 소프트웨어(이하 ‘이 사건 소프트웨어’라고 한다)를 설치하고, 와이즈시스템 소속 직원으로 하여금 이자율 등 변수를 입력하도록 하여 그 입력된 조건에 따라 이 사건 소프트웨어에 의하여 자동으로 호가가 생성·제출되는 방식으로 파생상품거래를 하였다.

2) 그런데 와이즈시스템 소속 직원 소외인은 2013. 12. 12. 파생상품시장이 열리기 전에 이 사건 소프트웨어에 입력할 변수 중 이자율을 계산하기 위한 설정 값에 ‘잔존일수/365’를 ‘잔존일수/0’으로 잘못 입력하였다(이하 ‘이 사건 오입력’이라고 한다).

3) 복수의 투자중개업자들을 통한 피고의 호가 제시와 그 호가를 좇은 한맥투자증권의 호가 제출로, 한맥투자증권의 계좌와 피고의 파생상품계좌들 사이에 만기가 2013. 12.인 코스피200 콜옵션 또는 코스피200 풋옵션에 관하여 원심 판시 별지 기재와 같이 매매거래(이하 ‘이 사건 매매거래’라고 한다)가 체결되었다.

4) 이 사건 소프트웨어의 구조에 관한 원고의 설명은 아래와 같다.

① 이 사건 소프트웨어는 입력된 금리 등 각종 외부 지표들과 실시간으로 변동하는 현물주가지수 등을 기반으로 매수가격의 상한과 매도가격의 하한을 정하는 이른바 ‘박스’를 설정하고, ② 설정된 박스의 한도 안에서, 바로 직전에 다른 당사자 사이에서 체결된 체결호가들과 다른 당사자가 제시한 호가 중 가장 유리한 최우선호가들을 검토해서 거래가 이익으로 판단되면 호가를 자동으로 제시하여 거래가 체결되는데, ③ 이 사건 오입력으로 인하여 박스의 한도가 설정되지 못했고, 그 결과 이 사건 소프트웨어는 체결호가와 최우선호가만을 좇아서 호가 제출을 하게 되었다.

다. 한맥투자증권의 결제대금 지급과 매매거래 취소

한맥투자증권이 이 사건 매매거래로 부담하게 된 결제대금 중 일부만을 한국거래소에 납부하자, 한국거래소가 피고의 투자중개업자들에게 결제대금 전액을 지급하였고, 피고의 투자중개업자들은 이를 피고의 파생상품계좌로 입금하였다. 이후 한맥투자증권은 피고 및 피고의 투자중개업자들에게 착오를 이유로 이 사건 매매거래를 취소하는 의사표시를 하였다.

2. 제1 내지 제3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민법 제109조 제1항은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같은 항 단서에서 그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때에는 취소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중대한 과실’이란 표의자의 직업, 행위의 종류, 목적 등에 비추어 보통 요구되는 주의를 현저히 결여한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1997. 8. 22. 선고 96다26657 판결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다70884 판결 등 참조). 한편 위 단서 규정은 표의자의 상대방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상대방이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를 이용한 경우에는 그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표의자는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대법원 1955. 11. 10. 선고 4288민상321 판결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3다49794 판결 등 참조). 다만 한국거래소가 설치한 파생상품시장에서 이루어지는 파생상품거래와 관련하여 상대방 투자중개업자나 그 위탁자가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용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파생상품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되고 계약이 체결되는 방식, 당시의 시장 상황이나 거래관행, 거래량, 관련 당사자 사이의 구체적인 거래형태와 호가 제출의 선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단순히 표의자가 제출한 호가가 당시 시장가격에 비추어 이례적이라는 사정만으로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용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나.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착오를 이유로 이 사건 매매거래를 취소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1) 한맥투자증권은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업자로서 파생상품거래 시스템에 호가를 입력하기 전에 호가의 적합성 등을 점검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고(파생상품시장 업무규정 제65조 제2항), 금융투자상품의 매매를 위한 호가제시 업무는 자본시장법상 투자매매업자에게만 위탁할 수 있음에도[자본시장법 제42조 제4항같은 법 시행령 제47조 제1항 제1호 (나)목] 이를 위반하여 투자매매업자가 아닌 와이즈시스템의 직원으로 하여금 이 사건 소프트웨어에 자신이 제출할 호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치를 입력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사정 등에 의하면 이 사건 매매거래에 관한 한맥투자증권의 착오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이다.

2) 이 사건 매매거래는 가격우선 및 시간우선 원칙이 적용되는 접속거래에 따라 체결되었고, 체결가격은 각 매매마다 호가에 따라 결정되었다. 피고는 이 사건 매매거래 중 상당 부분에 대하여 파생상품시장이 개장되기 전에 호가를 제출하였고, 개장된 후에 호가를 제출한 부분도 거래 관행 및 거래 수량, 간격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소프트웨어와 유사한 알고리즘거래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호가를 제출하였다고 보인다. 또한 개인투자자 중에는 코스피200 지수가 급등락할 것을 예상하여 외가격 콜·풋옵션을 매수하고자 하는 투기적 성향의 투자자가 존재하고, 기관투자자들은 이러한 투기적 수요에 부응하여 외가격 콜·풋옵션을 매도하고 권리행사일에 코스피200 지수의 급등락이 없다면 매매대금 상당의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외가격 옵션에 대한 거래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피고는 이 사건 매매거래일 전후 일정 기간 계속하여 이 사건 매매거래에서와 동일한 방식으로 호가를 제시하여 왔는데, 순위험증거금액 제도를 고려할 때 위와 같은 피고의 호가가 우연히 발생할지도 모르는 한맥투자증권의 착오를 이용할 목적으로 사전에 마련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으며, 이 사건 매매거래 중에는 옵션의 예상 가치에 근접한 가격의 거래 등 한맥투자증권의 착오에 의하여 체결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거래도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가 한맥투자증권의 착오를 이용하여 이 사건 매매거래를 체결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판단은 정당하다.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착오에 있어 중대한 과실, 알고리즘 거래, 순위험증거금액 제도, 착오 취소의 제한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판단누락, 이유불비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제4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 사건 매매거래가 취소됨을 전제로 부당이득반환청구의 의무자는 피고라는 취지이다. 그러나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원고가 착오를 이유로 이 사건 매매거래를 취소할 수 없다고 본 원심의 판단이 정당한 이상, 이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2023. 4. 27. 선고 2017다227264 판결 [부당이득금] > 종합법률정보 판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