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기본법 제96조 제4호에서 말하는 ‘하도급한 자’의 의미 / 건설사업자가 도급받은 건설공사의 전부 또는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으로 정하는 주요 부분의 대부분을 다른 건설사업자에게 일괄하여 하도급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한 경우, 그 계약 체결 시에 건설산업기본법 제96조 제4호 위반죄가 기수에 이르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건설산업기본법 제29조 제1항은 “건설사업자는 도급받은 건설공사의 전부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주요 부분의 대부분을 다른 건설사업자에게 하도급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같은 법 제96조 제4호는 ‘제29조 제1항의 규정을 위반하여 하도급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건설산업기본법 제2조 제12호는 ‘하도급이란 도급받은 건설공사의 전부 또는 일부를 다시 도급하기 위하여 수급인이 제3자와 체결하는 계약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관련 규정의 문언과 건설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건설산업기본법의 입법 목적 등을 아울러 고려하여 볼 때, 건설산업기본법 제96조 제4호에서 말하는 ‘하도급한 자’는 ‘하도급계약을 체결한 자’를 의미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건설사업자가 도급받은 건설공사의 전부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주요 부분의 대부분을 다른 건설사업자에게 일괄하여 하도급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계약 체결 시에 건설산업기본법 제96조 제4호 위반죄는 기수에 이른다고 보아야 한다.
건설산업기본법 제2조 제12호, 제29조 제1항, 제96조 제4호
피고인 1 외 7인
피고인 3, 피고인 5, 피고인 7, 피고인 8 및 검사(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현대로템 주식회사, 피고인 5, 피고인 6에 대하여)
변호사 김용덕 외 4인
대구고법 2021. 11. 4. 선고 2021노54 판결
원심판결 중 피고인 현대로템 주식회사, 피고인 6에 대한 부분, 피고인 3에 대한 위증, 증거위조교사,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부분, 피고인 5에 대한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위계공무집행방해 부분을 모두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인 7, 피고인 8의 상고, 검사의 피고인 1에 대한 상고와 피고인 3, 피고인 5에 대한 나머지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피고인 2에 대한 공소를 기각한다.
1. 피고인 3, 피고인 현대로템 주식회사, 피고인 5, 피고인 6의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부분에 대한 검사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현대로템 주식회사(이하 ‘피고인 현대로템’이라고 한다)의 직원들인 피고인 5, 피고인 3, 피고인 6은 2015. 11.경 대구도시철도공사가 피고인 현대로템에 발주한 대구도시철도공사 2호선 승강장안전문(PSD) 제작·설치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고 한다)를 실질적으로 주식회사 에스티이엔지(이하 ‘에스티이엔지’라고 한다)에 하도급하면서 대외적으로는 에스티이엔지가 승강장안전문을 제작하여 납품하고 피고인 현대로템이 직접 이를 시공하는 것처럼 행세하기로 순차 모의하였다.
피고인 5, 피고인 3, 피고인 6은 위와 같은 모의에 따라 2015. 12. 17.경 피고인 현대로템의 구매팀 담당자를 통해 에스티이엔지와 계약금을 177억 원으로 정하여 대구지하철 2호선 22개 역사의 승강장안전문을 제작·설치하기로 하는 내용의 물품공급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지역 언론에서 일괄하도급 의혹을 제기하고 대구광역시에서 특별감사를 실시하자, 피고인 현대로템이 직접 승강장안전문 설치공사를 시공하는 것처럼 가장하기 위해 2015. 12. 29.경 ‘설치공사는 피고인 현대로템이 직접 수행하고, 해당 공사금액을 추후 계약금액에서 정산한다.’는 내용을 추가한 수정물품공급계약서를 작성하였다.
피고인 3은 ‘위 수정물품공급계약서 기재와 같은 내용의 합의서를 2015. 12. 17. 자로 소급 작성하여 2015. 12. 17. 자 물품공급계약서에 첨부하라.’는 피고인 5의 지시에 따라 그와 같은 합의서를 작성하여 2015. 12. 17. 자 물품공급계약서에 첨부하였다. 한편 피고인 5는 피고인 3에게 지시하여 피고인 1로 하여금 2016. 3. 10.경 에스티이엔지와 ‘공사대금을 177억 원에서 125억 6,000만 원으로 감액하고, 피고인 현대로템이 51억 4,000만 원을 부담하기로 하는 내용’의 물품공급계약서를 작성하도록 하였다.
나아가 피고인 5, 피고인 3은 2016. 3. 10.경부터 2017. 6.경까지 대구 달서구에 있는 계명대역 등 공사현장에서, 에스티이엔지로 하여금 주식회사 리츠이엔지에 하도급하여 승강장안전문 설치공사를 시공하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 5, 피고인 3, 피고인 6은 공모하여 도급받은 건설공사의 전부 또는 주요 부분의 대부분을 다른 건설업자에게 하도급하였고, 피고인 현대로템은 그 종업원인 위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피고인 현대로템의 업무에 관하여 위와 같은 위반행위를 하였다.
나. 원심 판단의 요지
원심은, 건설산업기본법 제96조 제4호 위반죄는 건설사업자가 도급받은 건설공사의 전부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주요 부분의 대부분을 다른 건설사업자에게 하도급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한 후 이에 따라 실제로 공사에 착공한 때에 기수에 이른다는 전제에서, 피고인 현대로템이 이 사건 공사에 관하여 에스티이엔지와 사이에 일괄하도급을 내용으로 하는 2015. 12. 17. 자 물품공급계약(이하 ‘제1차 물품공급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기는 하였으나 이 사건 공사 착공 전인 2015. 12. 29.경 일괄하도급을 해소하는 내용의 물품공급계약(이하 ‘제2차 물품공급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고, 그 변경된 계약에 따라 이 사건 공사 중 일부를 직접 시공하여 결국 건설산업기본법 제96조 제4호 위반죄가 기수에 이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다.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1) 건설산업기본법 제29조 제1항은 “건설사업자는 도급받은 건설공사의 전부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주요 부분의 대부분을 다른 건설사업자에게 하도급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같은 법 제96조 제4호는 ‘제29조 제1항의 규정을 위반하여 하도급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건설산업기본법 제2조 제12호는 ‘하도급이란 도급받은 건설공사의 전부 또는 일부를 다시 도급하기 위하여 수급인이 제3자와 체결하는 계약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관련 규정의 문언과 건설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건설산업기본법의 입법 목적 등을 아울러 고려하여 볼 때, 건설산업기본법 제96조 제4호에서 말하는 ‘하도급한 자’는 ‘하도급계약을 체결한 자’를 의미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건설사업자가 도급받은 건설공사의 전부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주요 부분의 대부분을 다른 건설사업자에게 일괄하여 하도급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계약 체결 시에 건설산업기본법 제96조 제4호 위반죄는 기수에 이른다고 보아야 한다.
2) 원심판결 이유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알 수 있다.
가) 피고인 현대로템은 2015. 11. 2.경 이 사건 공사를 제한경쟁입찰 방법으로 낙찰받아 대구지방조달청과 공사금액 233억 7,500만 원의 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나) 피고인 현대로템의 직원들인 피고인 5, 피고인 3, 피고인 6은 2015. 12. 17. 피고인 현대로템의 구매팀 담당자를 통하여 에스티이엔지와 사이에 공사금액을 177억 원으로 정하여 이 사건 공사를 에스티이엔지에 일괄하도급하는 내용의 제1차 물품공급계약을 체결하였다.
다) 제1차 물품공급계약 체결 직후 시민단체와 언론에서 이 사건 공사에 관한 일괄하도급 의혹을 제기하고, 대구도시철도공사의 감독기관인 대구광역시에서 특별감사를 실시하자, 피고인 5, 피고인 3, 피고인 6은 제1차 물품공급계약을 통한 피고인 현대로템과 에스티이엔지 사이의 일괄하도급 관계를 해소하기 위하여 2015. 12. 29. 에스티이엔지와 사이에 ‘설치공사는 피고인 현대로템이 직접 수행하고, 해당 공사금액은 추후 계약금액에서 정산한다.’는 문구를 추가하여 제2차 물품공급계약을 체결하였다.
라) 피고인 현대로템은 2016. 3.경 제2차 물품공급계약에 따라 이 사건 공사를 개시하여 그중 주요 부분 일부를 직접 시공하였다.
3) 이러한 사실 및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 현대로템과 에스티이엔지 사이에 이 사건 공사를 일괄하여 하도급하는 내용의 제1차 물품공급계약이 체결된 이상, 제1차 물품공급계약 체결 시에 이미 피고인 3, 현대로템, 피고인 5, 피고인 6의 건설산업기본법 위반죄는 기수에 이르렀다고 보아야 하고, 이 사건 공사 착공 전에 피고인 현대로템과 에스티이엔지 사이에 일괄하도급 관계를 해소하는 내용의 제2차 물품공급계약이 다시 체결되고, 이에 따라 피고인 현대로템이 이 사건 공사의 일부를 직접 시공하였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4)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건설산업기본법 제96조 제4호 위반죄의 기수 시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2. 검사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피고인 1의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부분
이 부분에 대하여 원심은 앞선 제1의 나.항과 같은 이유로 무죄로 판단하였으니, 이에는 앞서 본 바와 같이 건설산업기본법 제96조 제4호 위반죄의 기수 시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그러나 기록에 따르면, 제1차 물품공급계약은 피고인 현대로템의 본사에서 근무한 피고인 3, 피고인 5, 피고인 6의 관여하에 체결된 것으로 보일 뿐이고 계약직 직원으로 주로 공사현장의 현장대리인 역할을 수행하던 피고인 1이 그 계약 체결에 관여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으므로, 이 점에 대한 검사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피고인 1의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부분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은 결과적으로 수긍할 수 있다.
나. 피고인 1의 업무방해 부분 및 피고인 3, 피고인 5 부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1, 피고인 3, 피고인 5에 대한 공소사실 중 업무방해 부분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이를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업무방해죄에서 업무방해의 위험성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피고인 3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3에 대한 공소사실(무죄 부분 제외)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위증죄, 증거위조교사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피고인 5, 피고인 7, 피고인 8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5, 피고인 7, 피고인 8에 대한 공소사실(무죄 부분 제외)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위계공무집행방해죄의 위계, 고의, 인과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5. 피고인 2에 대한 공소에 관한 판단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 2는 검사의 이 사건 상고제기 이후인 2021. 11. 10. 사망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형사소송법 제382조, 제328조 제1항 제2호에 의하여 피고인 2에 대한 공소를 기각한다.
6. 파기의 범위
위와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3, 현대로템, 피고인 5, 피고인 6에 대한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부분은 파기되어야 한다. 그런데 위 파기 부분은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피고인 3에 대한 위증, 증거위조교사 부분 및 피고인 5에 대한 위계공무집행방해 부분과 각각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피고인 3, 피고인 5에게 각각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하므로, 결국 원심판결 중 피고인 3에 대한 위증, 증거위조교사 부분과 피고인 5에 대한 위계공무집행방해 부분도 함께 파기되어야 한다.
7.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현대로템, 피고인 6에 대한 부분, 피고인 3에 대한 위증, 증거위조교사,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부분, 피고인 5에 대한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위계공무집행방해 부분을 모두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고인 7, 피고인 8의 상고, 검사의 피고인 1에 대한 상고와 피고인 3, 피고인 5에 대한 나머지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피고인 2에 대한 공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