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한 증거의 증명력 정도
[2]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진술 중 주요한 부분을 그대로 믿을 수 없는 객관적 사정이 밝혀진 경우, 나머지 진술 부분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
[3] 범행 당시 살인의 고의는 없었고 단지 상해 또는 폭행의 고의만 있었을 뿐이라고 다투는 피고인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는지 판단하는 기준
[4] 공동정범의 성립 요건 및 주관적 요건인 ‘공동가공의 의사’의 내용 / 공동정범이 성립한다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공동가공의 의사에 기한 상호 이용의 관계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어야 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검사의 증명이 그만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유죄의 의심이 가는 사정이 있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2]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진술 중 주요한 부분을 그대로 믿을 수 없는 객관적 사정이 밝혀진 경우에는 진술 전체의 신빙성이 전체적으로 상당히 약해졌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나머지 진술 부분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으려면 신빙성이 인정되지 않는 진술 부분과 달리 나머지 부분 진술만 신뢰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나 그 진술을 보강하는 다른 증거가 제시되는 등과 같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만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
[3] 피고인이 범행 당시 살인의 고의는 없었고 단지 상해 또는 폭행의 고의만 있었을 뿐이라고 다투는 경우에, 피고인에게 범행 당시 살인의 고의가 있었는지는 피고인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범행의 동기, 준비된 흉기의 유무·종류·용법, 공격 부위와 반복성, 사망의 결과 발생 가능성 정도, 범행 후 결과 회피 행동의 유무 등 범행 전후의 객관적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
[4] 형법 제30조의 공동정범은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하는 것으로서, 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주관적 요건으로서 공동가공의 의사와 객관적 요건으로서 공동의사에 기한 기능적 행위 지배를 통한 범죄의 실행사실이 필요하다. 공동가공의 의사는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하지 아니하고 용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해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공동정범이 성립한다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범죄 실현의 전 과정을 통하여 행위자들 각자의 지위와 역할, 다른 행위자에 대한 권유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이를 종합하여 위와 같은 공동가공의 의사에 기한 상호 이용의 관계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어야 한다.

【참조조문】
[1]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308조
[2] 형사소송법 제308조
[3] 형법 제13조, 제250조 제1항
[4] 형법 제30조, 형사소송법 제308조

【참조판례】
[1][2] 대법원 2016. 6. 23. 선고 2016도2889 판결 / [1] 대법원 2017. 3. 30. 선고 2013도10100 판결 / [2] 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3도9866 판결(공2014하, 1520) / [4] 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5도5355 판결(공2015하, 1850)

【전문】
【피고인 겸 피보호관찰명령청구자】
피고인 겸 피보호관찰명령청구자

【상 고 인】
피고인 겸 피보호관찰명령청구자

【변 호 인】
변호사 장세경

【원심판결】
광주고법 2022. 8. 17. 선고 (제주)2022노31, (제주)2022전노4, (제주)2022보노1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의 피고사건 중 살인 부분과 보호관찰명령청구사건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인 겸 피보호관찰명령청구자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살인 부분에 관한 판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겸 피보호관찰명령청구자(이하 ‘피고인’이라 한다)는 1999. 8.경부터 1999. 9.경 사이에 성명불상자로부터 “공소외 1 변호사(이하 ‘피해자’라 한다)를 손 좀 봐줘야겠다. 조직에서 네가 가장 믿을 수 있는 동생 하나를 골라 혼 좀 내줘라.”라는 취지의 지시를 받고 그 무렵 성명불상자로부터 현금 3,000만 원을 받았고, 범행 방법·도구, 범행을 통한 위해의 정도 등 구체적 범행에 대한 결정권을 일임받았다.
    피고인은 폭력조직인 ○○○ 구성원 중 가장 신뢰하던 친구 공소외 2(일명 ‘△△△’)와 성명불상자가 지시한 범행 방법에 관하여 수차례 모의하여 ① 공소외 2가 직접 범행을 실행하기로 하고, ② 공소외 2가 피해자를 차량으로 미행하여 피해자의 생활패턴과 동선, 자주 출입하는 주점 등에 관한 정보를 파악하기로 하였으며, ③ 피해자가 종전에 검사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변호사로서 검도 유단자로 판단하여 범행 과정에서 피해자의 거센 저항이 예상되었기 때문에 칼을 사용하기로 하였다.
    피고인과 공소외 2는 ‘검사 출신 변호사’라는 피해자의 사회적 지위 및 범행 이후 예상되는 사건의 파장과 수사기관의 대응 등을 고려할 때 피해자에게 상해만을 가할 경우 피해자의 진술 등으로 인하여 자신들의 범행을 은폐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한편, 종래 ○○○ 조직원으로 활동하는 동안 칼을 사용하여 다른 폭력 범죄단체 구성원이 피살되었던 사건과 피고인도 칼에 찔려 생명을 잃을 뻔했던 경험 등에 비추어 범행 실행 과정에서 칼로 피해자를 공격할 경우 얼마든지 피해자를 살해할 수 있다는 정을 알면서도 범행을 결행하기로 공모하였다.
    공소외 2는 1999. 11. 5. 03:00경 제주시 (상호 1 생략) 카페에서 술을 마시고 나오는 피해자를 계속하여 추적·미행한 후 같은 날 03:15경부터 06:20경까지 사이에 제주시 (상호 2 생략) 식당 건물 맞은편 노상에서 주위에 인적이 없는 틈을 이용하여 피해자를 정면으로 마주선 상태에서 미리 소지하고 있던 흉기인 칼(칼날 길이 약 14cm)로 피해자의 복부 쪽을 연속 2회 찔러 칼이 피해자의 왼쪽 팔목 부위를 관통하여 복부 안 약 9.8cm 지점까지 이르도록 하였고, 곧바로 위 칼로 피해자의 가슴 중앙 부위를 찔러 칼이 흉골을 관통하여 가슴 안 약 9.7cm 지점까지 이르도록 하여 결국 현장에서 피해자를 흉부 자창에 의한 심장파열로 사망하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공소외 2와 공모하여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나. 원심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인에게 살인의 고의 및 기능적 행위 지배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유죄로 판단하였다.
1) 피고인이 2019. 10.경 지인을 통하여 (프로그램명 생략) 방송 팀에 제보한 후 2019. 10. 7. 자 전화 통화 및 2019. 10. 11. 자 대면 인터뷰에서 한 진술(이하 ‘제보 진술’이라 한다)은, 피고인이 성명불상자로부터 피해자에 대한 가해를 사주받은 다음 공소외 2와 범행을 모의하고 공소외 2에게 피해자에 대한 가해를 지시·의뢰하였고, 공소외 2는 피해자에 대한 미행 등을 통해 정보를 수집한 다음 실행행위에 착수하였으며, 그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망하는 결과가 발생하였다는 것인데, 아래의 사정에 비추어 신빙성이 인정되고, 이후의 번복된 진술은 믿기 어렵다.
가) 피고인의 제보 진술은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믿고서 금전적 이득 등을 목적으로 스스로 방송국에 접촉하여 적극적으로 한 것일 뿐 제작진이 진술을 유도하는 등의 사정이 보이지 않고, 피고인은 사건 경위에 관하여 일관되게 진술하였다.
나) 피고인의 제보 진술은 매우 구체적이고, 흉기의 특징이나 범행 현장 상황 등에 대하여 보도되지 않았거나 수사기관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사정에 관한 것도 있으며, 이는 대체로 타당성이 있다.
다) 피고인은 2014. 10.경 동거녀 공소외 3과 2017년경 주거지 건물 임대인 공소외 4에게 이 사건에 대하여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이는 진술이 강요되는 상황이나 특정한 목적이 개입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것으로서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하여진 것으로 보인다.
2) 범행 현장 상황, 피해자가 입은 상처 부위·내용·정도, 부검감정의 의견 등을 종합하여 공소외 2의 실행행위 과정을 보면, ㉮ 공소외 2가 자동차 문을 열고 있거나 연 직후의 피해자를 제압하기 위하여 피해자의 목에 칼을 들이대는 과정에서 목 부위에 표재성 절창을 가하였고(이하 ‘1차 가해행위’라 한다), ㉯ 공소외 2가 피해자의 복부 부위를 칼로 2회 연속하여 강하게 찌르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왼팔로 복부를 막아 왼팔을 관통하는 동시에 복부 장기를 손상하는 자창·절창을 가하였으며(이하 ‘2차 가해행위’라 한다), ㉰ 공소외 2가 피해자의 흉골 부위를 칼로 찔러 관통하여 심장을 손상하는 자창을 가하였고(이하 ‘3차 가해행위’라 한다), 이후 피해자는 차량 운전석에 앉았으나 시동을 걸지 못한 채 그대로 사망한 것으로 추인할 수 있고, 이러한 실행행위 내용에 비추어 공소외 2의 피해자에 대한 살인의 고의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3) 앞서 인정한 사실, 피고인의 제보 진술 내용, 공소외 2의 실행행위 내용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이 폭력 범죄단체의 조직원으로서 흉기를 사용한 범행 과정에서 사망의 결과가 발생할 위험성을 인지하고, 공소외 2가 살상력을 높이기 위하여 특별히 제작된 칼을 범행수단으로 사용할 것이라는 사정을 알면서, 공소외 2에게 ‘칼을 이용하여 피해자의 다리 등 신체의 주요 부위에 기능상 장애를 초래하는 수준의 상해를 가하는 범행’을 지시·의뢰한 다음 공소외 2로부터 피해자에 대한 미행과 뒷조사를 통하여 파악한 정보를 전달받았고, 피고인의 지시·의뢰에 따라 공소외 2가 칼로 피해자의 복부와 가슴 부위를 3회 찔러 피해자를 사망하게 한 다음 피고인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피고인으로부터 도피자금을 제공받았는바, 피고인과 공소외 2는 이 부분 범행을 공모할 당시 적어도 공소외 2의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망할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한 미필적 인식이나 예견을 하고 이를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었다고 할 것이고, 아울러 피고인이 성명불상자로부터 사주를 받아 공소외 2에게 이 부분 범행을 지시·의뢰한 다음 공소외 2로부터 진행 사항 및 범행 결과를 보고받고 도피자금을 제공하며, 공소외 2가 피고인의 지시·의뢰를 수락한 다음 피해자에 대한 미행과 뒷조사를 하고 범행을 실행하는 등으로 피고인은 이 부분 범행에 대한 본질적 기여를 통한 기능적 행위 지배를 통하여 실행행위를 분담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으므로, 결국 피고인은 살인죄의 공동정범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

다. 대법원 판단
1) 관련 법리
가)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검사의 증명이 그만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유죄의 의심이 가는 사정이 있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진술 중 주요한 부분을 그대로 믿을 수 없는 객관적 사정이 밝혀진 경우에는 진술 전체의 신빙성이 전체적으로 상당히 약해졌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나머지 진술 부분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으려면 신빙성이 인정되지 않는 진술 부분과 달리 나머지 부분 진술만 신뢰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나 그 진술을 보강하는 다른 증거가 제시되는 등과 같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만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6. 6. 23. 선고 2016도2889 판결 등 참조).
나) 피고인이 범행 당시 살인의 고의는 없었고 단지 상해 또는 폭행의 고의만 있었을 뿐이라고 다투는 경우에, 피고인에게 범행 당시 살인의 고의가 있었는지는 피고인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범행의 동기, 준비된 흉기의 유무·종류·용법, 공격 부위와 반복성, 사망의 결과 발생 가능성 정도, 범행 후 결과 회피 행동의 유무 등 범행 전후의 객관적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 한편 형법 제30조의 공동정범은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하는 것으로서, 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주관적 요건으로서 공동가공의 의사와 객관적 요건으로서 공동의사에 기한 기능적 행위 지배를 통한 범죄의 실행사실이 필요하다. 공동가공의 의사는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하지 아니하고 용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해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공동정범이 성립한다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범죄 실현의 전 과정을 통하여 행위자들 각자의 지위와 역할, 다른 행위자에 대한 권유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이를 종합하여 위와 같은 공동가공의 의사에 기한 상호 이용의 관계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어야 한다(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5도5355 판결 참조).
2) 구체적 판단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판단은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피고인이 공소시효가 완성된 것으로 생각한 상태에서 자발적으로 방송국에 제보 진술을 한 경위나 그 진술의 구체성, 특히 범행 당시 상황에 대한 진술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사망 사건에 관여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은 든다.
그러나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제보 진술이 형사재판에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고 공소사실을 입증할 만한 신빙성을 갖추었다고 볼 수는 없다.
(1) 무엇보다도 피고인의 제보 진술 중 주요한 부분이 객관적인 사실과 배치되는 것으로 밝혀졌고, 그럼에도 피고인은 허위 진술을 한 경위에 대한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못한 채 계속 진술을 번복하였다.
(가) 피고인은 제보 진술에서 ‘1999년 여름경 당시 ○○○ 두목인 공소외 5가 전화를 하여 어디로 오라고 하였고, 밖에서 그 무렵 공소외 5가 가깝게 지내던 여성인 공소외 6과 함께 있던 공소외 5를 만난 후 공소외 6과 헤어져 공소외 5의 집으로 이동하여 둘만 있는 자리에서 공소외 5로부터 피해자를 혼내 주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러나 기록에 따르면, 공소외 5는 1995. 5. 1. 징역 5년을 선고받고 1995. 8. 28. 그 판결이 확정되어 1995. 11. 22.부터 1999. 11. 16.까지 광주교도소에 수감되어 있었던 사실이 인정되는바, 피고인의 위 진술 부분은 객관적 사실과 명백히 배치되어 믿을 수 없다. 피고인은 이러한 점을 지적받자 자신에게 범행을 지시한 자가 공소외 5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는 취지로 진술을 바꾸었으나,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못하였고 최초에 공소외 5라고 거짓말을 했던 이유에 대해서도 합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하였으며, 이후에도 그러한 지시를 한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하여 수차례 진술을 번복하였다. 그에 따라 이 사건 범행을 지시한 사람이 누구인지, 범행을 지시한 동기가 무엇인지는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나) 피고인은 제보 진술에서 ‘이 사건 범행 이틀 후 공소외 2를 서울로 올려 보냈고, 공소외 2는 4~5년 동안 제주에 돌아오지 못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러나 기록에 따르면, 공소외 2는 2001. 8. 21. 01:00경 제주시에서 차량 통행 문제로 지나가던 행인과 말다툼을 하다가 상해를 가한 범행을 저지른 사실이 인정되는바, 피고인의 위 진술 부분 역시 위 사실과 배치되어 그대로 믿을 수 없다. 피고인은 이러한 점을 지적받자 공소외 2가 이 사건 범행일로부터 몇 달 후에 제주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왔다고 진술하다가, 다시 그마저 번복하여 공소외 2가 제주를 떠나지 않고 숨어 살았다고 하는 등 서로 모순되거나 일관성 없는 진술만 계속하였을 뿐 공소외 2를 언제 어떻게 도피시켰는지 구체적으로 진술하지 못하였다.
(2) 피고인 제보 진술을 뒷받침하는 객관적 증거나 구체적 정황도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피고인은 직접 실행행위를 하지 않은 공동정범으로 기소되었으므로, 피고인의 기능적 행위 지배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범죄 실현의 전 과정을 통하여 행위자 각자의 지위와 역할이 구체적으로 입증되어야 하는데, 공소외 2의 실행행위에 관한 피고인의 진술을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 증거나 구체적 정황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가) 피고인은 제보 진술에서 이 사건 범행에 관여한 주요 인물인 지시자(공소외 5)와 실행자(공소외 2)를 모두 이미 사망한 사람으로 지목함으로써 관련자의 진술을 통한 제보 진술의 신빙성 확인이 애초에 불가능하였다.
(나) 피고인이 누군가로부터 피해자에 대한 가해를 지시받은 점이나 공소외 2와 함께 범행을 공모·준비하였던 흔적, 범행 이후 대책을 마련한 과정, 공소외 2의 도피 행적 등 피고인의 제보 진술에 부합하는 객관적 증거도 없다.
(다) 피고인은 ‘3,000만 원을 현금으로 받았고, 공소외 2가 실행행위를 한 직후 공소외 2에게 3,000만 원을 모두 주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데, 피고인이 받았다는 3,000만 원에 관한 아무런 정황증거도 없을 뿐 아니라 피고인이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돈을 받아 어떻게 보관하다가 공소외 2에게 언제 어디에서 이를 교부하였는지 등에 관한 진술이 없어 구체성이 떨어지고, 돈을 받은 시기가 범행 이전인지 혹은 이후인지에 대해서는 진술이 번복되기도 하였다. 피고인이 공소외 2와 함께 두 달 가까이 주도적으로 범행을 준비하였음에도, 자신의 기여 부분에 대한 대가를 전혀 받지 않았다는 것도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라) 피고인은 공소외 2가 평소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한 죄책감에 괴로워하였고 2014. 8.경 결국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러나 기록에 따르면, 공소외 2가 2014. 8. 31. 혼자 살던 집에서 자살을 하면서 자필로 작성한 유서에는 어머니에게 죄송하고 사랑한다는 내용, 동생에게 어머니를 잘 부탁한다는 내용, 형이 잘 되길 바란다는 내용과 친구들에게 미안하고 잘 되길 바란다는 내용만 기재되어 있을 뿐 이 사건을 암시하는 내용이 전혀 없는 사실, 사망 전날 공소외 2를 만났던 친구는 ‘평소와 다르게 고맙다,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최근에 금전적인 문제로 괴로워하면서 자살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몇 번 한 적이 있다.’는 취지로 진술한 사실이 인정될 뿐이다.
(마) 피고인의 진술 외에 공소외 2와 이 사건 범행의 관련성을 인정할 만한 다른 증거가 없으므로, 공소외 2가 아닌 다른 사람이 실행행위를 하였다고 보더라도 제보 진술의 내용에 아무런 차이가 없게 되는바, 이는 제보 진술의 구체성·신빙성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사정이다.
(3) 원심이 피고인 제보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한 가장 주된 근거인 진술의 구체성에 관하여도 상당한 의문이 든다.
(가) 피고인이 이 사건에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칼날의 폭이 좁은 독특한 흉기에 대하여 그 제조 방법 등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진술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은 피해자가 사망한 시점은 물론 공소시효 연장에 관한 논의가 있을 때마다 언론에 빈번하게 보도되었고, 그때마다 피해자의 부검 결과 및 그에 따라 추정되는 흉기의 크기·형태에 대하여 자세히 보도되었으므로, 피고인이 이러한 보도를 통해 폭력조직에서 많이 사용하는 칼날을 갈아서 폭을 좁게 만들었다고 추측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나) 피고인은 마치 미행을 하면서 알게 된 정보라는 취지로 ‘피해자가 운동을 많이 했고 검도도 했다.’고 진술하였으나, 피해자는 평소 운동을 많이 하지 않았고, 검도를 한 사실도 없었다. 원심은 피고인의 진술이 사실은 아니었지만, 피해자의 사무장이 한 ‘사무실에 죽도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근거로 피고인의 이 부분 진술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았으나, 피고인의 진술은 미행을 하면서 검도 등 운동을 하는 것을 직접 확인하였다는 취지여서, 사무실에 죽도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 진술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평가하는 것이 합리적인 추론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다) 원심은 피고인의 진술 중 이 사건 현장이 암흑이고 평소 인적이 드물다는 내용이 언론에 정확히 보도되지 않은 것으로 사실에 부합한다고 보았으나, 피고인이 ‘내가 그 초등학교 인근에 살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에 비추어 보면, 언론 보도된 사건 현장이 자신이 살던 곳 부근임을 알고 그곳에 관하여 원래 알고 있던 정보를 이야기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4) 그 밖에 피고인이 2014년경 및 2017년경 주변 사람들에게 제보 진술과 유사한 취지의 이야기를 하였다거나 후배 공소외 7에게 제보를 부탁하면서 했던 이야기가 제보 진술과 유사하다는 정황은 모두 피고인의 과거 진술을 되풀이하는 것이어서 독자적인 증거가치를 가진다고 볼 수 없다.
나) 설령 원심판단과 같이 피고인 제보 진술의 일부에 신빙성을 인정하더라도, 아래와 같은 점을 고려해 보면, 범행 현장의 상황 등의 정황증거만을 종합하여 공소외 2와 피고인의 살인의 고의 및 공모 사실을 인정하기도 어렵다.
(1) 우선 피고인 제보 진술의 취지는 ‘상해를 공모하였는데, 일이 잘못되어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렀다.’는 것으로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는 것이다. 피고인 제보 진술의 신빙성을 상당 부분 인정하면서도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는 진술 부분만 그 신빙성을 배척하여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간접사실이 보다 객관적이고 엄격한 증거에 따라 인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원심이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는 근거로 든 간접사실에는 아래와 같은 상당한 의문이 있다.
(2) 원심은 공소외 2가 피해자의 목에 칼을 들이대는 과정에서 목 부위에 표재성 절창을 가하는 1차 가해행위를 한 후 복부·가슴을 찌르는 2·3차 가해행위를 한 사실을 인정하였는바, 만일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공소외 2에게 살인의 확정적 고의가 있었다면 뒤에서 목에 칼을 들이대는 순간 목 부위를 찔러 살해하는 것이 더 쉬운 방법일 수 있는데도, 굳이 피해자를 돌려세운 후 복부·가슴을 공격하였다는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오히려 목 부위의 표재성 절창은 ‘피해자에게 겁만 주려고 했는데, 피해자가 반항하여 일이 잘못되었다.’는 피고인의 진술에 부합하는 사정으로 보이기도 한다.
(3) 원심은 공소외 2가 짧은 시간 안에 피해자가 팔로 가린 복부를 2회 연속 찔렀다는 점에서 ‘복부를 강하게 반복하여 찌르려는 확정적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고 보았으나, 그것이 공격을 시작한 직후에 확정적 고의에 따라 발생한 것인지, 몸싸움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일어난 것인지는 상처의 부위 및 형태만으로 알 수 없다.
(4) 원심은 ‘피해자가 2차 가해행위로 상당한 출혈이 발생하고 장시간 음주로 만취하여 저항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임에도 공소외 2는 가슴을 찌르는 3차 가해행위를 하였다.’는 취지로 판단하였으나, 이는 상처의 형태와 혈중알코올농도만으로 당시 상황을 추측한 것에 불과하다. 동일한 혈중알코올농도에서도 피해자의 나이, 신장, 체중, 주량, 체질, 당시의 건강상태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신체적 움직임은 상당한 차이를 보일 수 있는바, 당시 상황에 대한 객관적 증거 없이 위와 같이 추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5) 부검감정의 공소외 8 교수는 원심 법정에서 ‘흉골을 뚫을 정도의 가해행위가 있었다는 것은 살해 의도를 나타내는 것일 수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동시에 ‘살해 의도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일률적으로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당시 상황이나 그 전에 가해행위의 동기 등이 복합적으로 관련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누워 있는 피해자의 가슴 한가운데를 찔러 흉부를 뚫었다면 살해 의도가 있었다고 볼 수 있으나, 몸싸움 과정에서는 상대방의 동작이나 움직임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바, 당시의 구체적 상황을 알 수 없는 이상 상처 부위의 형태 및 정도만으로 공소외 2의 살인에 대한 확정적 고의를 인정하기는 어렵다.
(6) 공소외 2가 피해자와 몸싸움 과정에서 2·3차 가해행위를 하였더라도, 칼로 치명상을 가할 수 있는 배와 가슴을 강하게 찔러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점에서 공소외 2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여지는 있으나, 이러한 미필적 고의는 싸움 과정에서 생긴 인식과 용인으로 이루어진 것이므로, 현장에 있지 않았던 피고인에게까지 함부로 살인의 고의 및 공모 사실을 인정할 수는 없다.
다) 결국 피고인의 제보 진술은 주요한 부분에 관하여 객관적 사실과 배치되는 사정이 밝혀져 진술 전체의 신빙성이 상당히 약해졌다고 평가할 수 있고, 나머지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위한 다른 추가 증거·근거가 충분히 제출되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고 공소사실을 인정할 정도의 신빙성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으며, 범행 현장 상황 등 정황증거만을 종합하여 공소외 2와 피고인의 살인의 고의 및 공모 사실을 인정하기도 어렵다.
3) 소결론
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는바,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형사재판에서 요구되는 증명의 정도, 진술의 신빙성 판단, 살인죄의 고의 및 공모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소사실의 인정에 필요한 충분한 심리를 하지 않아 중대한 사실오인을 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나) 위와 같은 이유로 피고사건 중 살인 부분을 파기하는 이상, 그와 함께 심리되어 동시에 판결이 선고되어야 하는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제21조의2에 따른 보호관찰명령청구사건도 함께 파기하여야 한다.

  1. 협박 부분에 관한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협박 부분에 관하여 유죄로 판단하면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잘못이 없다.
  2.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의 피고사건 중 살인 부분과 보호관찰명령청구사건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하되, 피고인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